그 시절, 어느 거리 모퉁이로.

특별할 것 없는 준킷사

TEXT/YUSUKE TOKOSHIMA, PHOTO/NAOKO TAKAHASHI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빨라지면서 우리는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에 얽매인 채 현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삿포로 거리에도 멋스러운 준킷사(순수 다방)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신조로 삼아온 준킷사는 시간의 흐름에 빨려 들어가듯 조금씩 그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짜깁기한 듯한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취와 운치. 그런 준킷사가 최근 조용히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편리함이 넘쳐나는 지금 이 시대에, 수십 년 동안 예스러운 스타일을 지켜온 ‘준킷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야말로 정겨운 '쇼와(昭和)' 시대.
카페 히노데

플라스틱 진열장 속, 지금도 색이 바래지 않은 음식 모형들. 정통 준킷사를 상징하는 풍경입니다. 오도리 한복판, 에키마에도리를 따라 우뚝 솟은 히노데 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 '카페 히노데'. 창업은 쇼와 46년(1971년), 이듬해 열릴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지하철 개통과 빌딩 건설 붐으로 삿포로 거리가 크게 발전하던 해에 문을 열었습니다. 오도리역 출구와 바로 연결된 이 가게는 지금도 개업 당시와 다름없는 활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업 당시부터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는 인테리어. 램프와 천장창을 본뜬 조명, 중후한 앤티크 가구들은 모두 품격이 넘치며 정겨운 쇼와 시대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잠시 쉬어가는 회사원, 즐거워 보이는 젊은 커플, 신변잡기로 흥이 오른 어르신 그룹 등 손님층도 실로 다양합니다. 선대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마마 도자와 씨는,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인해 만남의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바뀌어 왔다고 말합니다. 박스석을 줄이고 2인용 좌석으로 개조하는 등,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화해 왔습니다.

깊게 볶은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는 시대의 취향에 맞춰 개업 당시보다 가볍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팬을 보유한 스파게티 미트소스는 창업 당시부터 맛과 비주얼이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굵은 면에 달콤하고 깊은 맛의 소스가 특징이며, 샐러드와 소다수가 세트로 900엔.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700엔짜리 초콜릿 파르페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그 맛입니다. 주문을 받는 타이밍이나 물을 따르는 동작 하나까지, 여유로운 공간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직원들. 은근한 환대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오늘도 다정하고 그리운 공간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시간이 멈췄다.
킷사・경양식 미카도

선명한 오렌지빛 텐트 천 지붕. 유려한 곡선이 사랑스러운 클래식한 로고에, 초록빛 레트로 커튼. '시간이 멈췄다'는 말은 바로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킷사・경양식 미카도는 개업 이래 45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마마 쓰카모토 씨는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을 조용히 지켜봐 왔습니다. '미카도'라는 이름은 '맛(味)・향(香)・소리(音)'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음악을 천천히 즐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는 레코드와 유선방송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지금은 카운터 한쪽에 놓인 텔레비전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중후하고 운치가 있어 당시의 번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은 카운터와 몇 개의 박스석이 있는, 꽤 넓은 구조. 그럼에도 전성기에는 보조 의자까지 꺼내야 할 만큼 붐볐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은 항상 4~5명, 8시 30분 개점과 동시에 손님이 들어와 밤 12시경까지 영업했다고 합니다. 찻집・레스토랑・바(BAR)로, 손님과 시간대에 따라 준킷사에 요구되었던 역할의 폭을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혼자서 가게를 꾸려가는 쓰카모토 씨지만, 정기휴무는 한 달에 겨우 3번뿐. 지금도 자주 찾아주는 단골손님이 많아, "그 사람이 올까 하고 생각하면 좀처럼 쉴 수도, 그만둘 수도 없어요"라며 어딘가 다부진 표정으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는 300엔. 특별할 것 없는 커피지만, 공간과 향, 쓰카모토 씨의 말이 어우러져 감동이 밀려오는 한 잔입니다. 더운 계절에만 만든다는 히야무기(냉국수)는 480엔. 보기보다 육수가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입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가게의 성냥은, 귀여움과 쇼와 시대의 애수가 배어 나오는 걸작입니다. "젊은 여자아이들이 갖고 싶어 해요"라며 쓰카모토 씨는 살짝 기쁜 듯 말합니다. 거리 한 모퉁이에 쇼와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가게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지켜보며
런치 & 킷사 마비

삿포로역 북쪽 출구에서 홋카이도 대학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런치 & 킷사 마비. 아담한 입구와는 달리, 안쪽으로 깊숙한 구조의 가게입니다. 벨벳 의자와 샹들리에, 그야말로 쇼와 시대다운 향수 어린 공간이 펼쳐집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홋카이도 대학 학생들이 와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시작했다는 마스터 시라사키 씨. 처음에는 그 바람대로 동아리 학생들로 크게 붐볐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학생들의 발길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점심 주문이 들어오면 물 흐르듯 조리를 해내고, 정돈이 잘 된 조리대에서 플레이팅. 젊은 시절 호텔 주방에서 익혔다는 손놀림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접시가 완성됩니다. "회사원들의 점심시간을 생각해서 오시고 나서 30분 안에 드실 수 있도록"이라는 시라사키 씨. 650엔이라는 가격과 창업 이래 변함없는 맛으로 평판이 자자해, 점심시간이 되면 40석이 넘는 좌석이 모두 채워질 만큼 정신없이 바빠져 그야말로 전쟁이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느긋하게 바(BAR)라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말이죠"라며 멋쩍게 웃습니다. 점심시간에 절정을 맞는 가게가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제 특제 데미글라스 소스로 즐기는 포크 커틀릿은 튀김옷이 바삭하고 고기는 부드럽습니다. 닭가슴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생강구이도 든든한 한 접시. 650엔에 이 정도의 맛과 양이라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커피에 대한 고집도 물론 건재합니다. "살짝 식은 정도가 좋다"는 오리지널 커피는 에스프레소 블렌드. 걸쭉함이 있고 은은하게 브랜디 같은 풍미가 퍼집니다. 찻집이자 양식당, 두 가지 얼굴을 지닌 가게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 왔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홋카이도 대학의 두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는 개업 이래 2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좋았던 옛 시절의 정취가 확실히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한 잔, 한 접시에 담은 정성과 다정함.
커피 & 런치 소와레(SOIREE)

파랑과 분홍 네온관이 고요히 반짝이는 가게 외관. 지하철 도자이선 기타24조역에서 도보 3분, 주택가 한켠에 자리한 커피 & 런치 소와레(SOIREE). 다정한 미소가 인상적인 마스터 와니부치 씨가 아내와 그 언니, 세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가정적인 분위기의 가게입니다. 개업 34주년을 맞았다는 가게 안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밝고 청결감이 넘칩니다.

"이 근처도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어요"라며 아쉬운 듯 말하는 와니부치 씨. 개업 당시에는 가게 주변에 시장과 상점이 늘어서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골이 많았던 구청도 점심시간이 단축되면서 손님이 줄어드는 데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럼에도 개업 당시부터 이어온 원칙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기성품이나 냉동가공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 드레싱과 각종 소스도 수제로 만듭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들이기 위해 모든 식재료를 직접 사러 갑니다. 요리의 맛과 정성은 이 가게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정통 블렌드 커피는 6가지 원두를 배합합니다.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기성 제품을 내는 가게가 많은 가운데, 이곳은 우유와 생크림을 사용한 수제 크림을 씁니다. 나폴리탄에 두툼한 토스트, 샐러드가 곁들여진 세트는 커피 포함 880엔. 채소가 듬뿍 들어간 핫샌드위치는 샐러드・커피 포함 900엔으로, 그립고 따뜻한 맛입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도록 아내가 레시피를 고안한다는 오늘의 정식은 930엔. 곳곳에 맛있는 요리와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애정이 넘쳐흐릅니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고 싶어지는, 그런 가게였습니다.

  • 준킷사
Cafe ひので

札幌市中央区南1条西4丁目
日之出ビル地下一階
TEL.011-231-9233
영업시간/8:00~22:00
cafehinode.com

  • 준킷사
喫茶・軽食 ミカド

札幌市東区北21条8丁目
TEL.011-741-9223
영업시간/8:30~18:30경
정기휴무/매월 3・13・23일

  • 준킷사
ランチ & 喫茶 マーヴィ

札幌市北区北8条西4丁目
TEL.011-747-7390
영업시간/11:00~21:00
(금요일은 23:00까지)
정기휴무/일요일

  • 준킷사
coffee & Lunch SOIREE

札幌市北区北26条西5-2-1
TEL.011-726-4988
영업시간/10:00~20:00
(일요일・공휴일은 18:00까지)